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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4mom의 Little Forest

"소소한 이야기 Sotory" 도토리 수제비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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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음이 가득한 음식을 선호하는 이가 있다면
그 바다 내음이 비릿하다 하여 견디기 힘들어 하는 이도 있다.
우리 둘째가 그렇다.
바다 내음 가득한 비릿함을 힘들어 한다.
그러니 둘째에게 미역국을 먹이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아이 때, 편식을 고쳐야 한다며
이런저런 설득을 하며 이것저것 먹여보려 애써봤다.
번번히 실패.. 서로 기운만 빠지고 마음만 상하는 새드엔딩이었다.
"이 아이는 왜 이리 힘이 들지?"
"이 아이는 왜 이리 까다롭지?"
"이 아이는 왜 이리 나를 힘들게 하지?"
"이 아이는 대체 누굴 닮은 거지?"
항상 원망의 화살은 내가 아닌 아이에게 향하였다.

그런데 아이가 누굴 닮겠는가?
당연히 부모를 닮지.
휴~ 그런데 우리 둘째는 나, 엄마와 판박이다....
민감하고, 입이 짧고, 비위가 약하고, 잠귀 밝고, 소리에 민감하고, 정확해야 하며, 원칙대로 지켜져야 하며,
심지어 결벽증까지도 엄마와 판박이로 닮았다.

아이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본다.
외모, 깐깐한 모습, 따뜻한 마음씨, 말투, 걸음걸이, 잠버릇, 글씨체 심지어 손재주까지..

아이가 잘 하면 "다 엄마 닮아서 그래~" 하기는 쉬워도,
아이의 잘못 된 행동이 엄마의 반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가 않았다.
아이에게 탓을 돌렸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우리 둘째가 어느새 고등학교 입시생이 되었으니 말이다.

왜 그랬을까?
 엄마인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 했다.
나의 장점을 인정하기는 쉬웠지만 단점을 나의 부분, 부분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 단점을 닮은 아이를 인정하지 못 했던 것이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부족함, 눈에 보이지 않는 부족함까지 나의 부분으로 인정하며 그렇게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대신 자신의 목숨을 다하여 희생한 그 사랑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창조주와의 관계 안에서 사랑,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마음 깊이 깨닫고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기 시작했다.창조주와의 사랑이 회복이 되니, 나를 사랑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니, 아이와의 관계가 회복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와의 관계가 회복이 되니, 아이가 밝아지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밝아지고 달라지니, 나의 단점 또한 사랑하게 되었고 대화가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대화가 수월해지니, 그 무섭다던 "중2병이 뭐지?" 하며 아주 편하고 잔잔한 중2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 관계 회복의 시작은 바로 "사랑"의 회복이다.
사랑이 회복이 되면 신뢰는 더욱 견고해진다.

무슨 미역국 하나에 사랑, 신뢰 타령인가 싶지만,
우리 둘째가 미역국에 들깨를 넣었을 때 비릿함을 덜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미역국에 들깨를 아주 듬뿍 넣어 고소하게 끓이고
좋아하는 수제비를 넣어주었다. 식감이 더 좋으라고 도토리 수제비로...

아이가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는다. 미역 건더기도 먹는다.
두 그릇을 먹는다.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먹는다.

엄마는 아이의 사랑과 감사를 먹는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어떻게 하면 먹일 수 있을까?
내일도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방법을 찾아내보자.

아이의 잘못을 짚어주기 전에 엄마의 모습을 먼저 보자.

그러면 답이 보인다.


ji4mom의 "소소한 이야기 Sotory"는 

초,중,고등학생 (딸 둘, 아들 둘) 4남매를 키우며 알아가는 ji4mom 삶의 이야기입니다.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보담아 가며 아이와 함께 자라는 'ji4mom의 엄마 성장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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